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5번째, 우주의 이야기
2024년 11월
Vol. 15
이웃집 활동가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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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ame%$님
올해 마지막 이웃집활동가에서는 성매매는 '모두의 인권문제'임을 말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일부의 선택이 아닌 사회문제인 '성매매' ,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아요.
어느덧 2024년의 끝무렵에 도달한 지금, 11월 이웃집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의 인권을 위한, 공감대


우주

청소년 인생에 유의미한, 썩 괜찮은 어른 한 명쯤 되고 싶어서
청소년 ‘문제’는 논하면서, 왜 청소년의 ‘삶과 존재’에 관해 논하지 않는가?
관심도 없는 삶의 과정과 권리는 쉽게 삭제하면서, 왜 책임과 의무만 요구할까?


어린 시절 가지게 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폭력, 학대에 관한 관심이 확장됐고, 청소년 인권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만나는 청소년에게 안심을 주고, 위안이 되는 썩 괜찮은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가 이리도 나를 불편하게 할까. 난 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할까
대학 시절 인권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며, 현장실습 활동 주제를 찾는 과정에서 “인권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만났습니다.
 
사회문제를 인권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 인권 문제에 민감한 감수성을 높인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 어떤 과정인지 알게 되면서, 삶에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지점들을 이해하고 설명할 기회와 언어를 얻었습니다. 인권 감수성에 대해 학습하는 과정은, 저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문제 상황을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나에게 가능한 많은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며 행동하기까지. 외면하지 말고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보자는 다짐을 기반으로, 청소년과 인권 감수성을 주제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Tip. 여기서 잠깐, 그 당시 학습한 내용을 짧게 공유하자면?
인권 감수성은 “인권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인권관련 상황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며, 그 상황에서 가능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알며,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인권 감수성은 상황지각능력·결과지각능력·책임지각능력의 3가지 구성요소로 구분됩니다.

 
□ ‘상황지각능력’은 인권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해석능력이며,
□ ‘결과지각능력’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행동의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며,
□ ‘책임지각능력’은 인권과 관련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신과 관련하여 지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02)

청소년과 차별,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복지 현장에서 주로는 대안학교 청소년, 수급가정 청소년과 만났고, 시간이 흘러 가정 안팎, 학교 안팎의 다양한 청소년들과 접점이 늘어났습니다. 다양한 배경, 여러 환경에 속한 청소년을 만나며, 각자의 삶에서 경험의 질과 양의 차이를 보게 되었고, 서로 다른 삶의 맥락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회복지 현장에 들어와 제일 처음 만났던 대안학교, 수급가정 청소년들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내가 “최선”을 다했다 믿었던 지원은, “기본”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고, 청소년 빈곤 문제를 달리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촘촘히 채워지지 않는 환경의 청소년은, 그 환경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며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연령, 권력, 자본, 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불평등 이슈를 청소년의 삶과 교차하며 살펴보던 가운데, 여성 청소년이 마주한 착취의 현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놓쳤던 수많은 신호가 꽤 가까이에 있었음을 뼈아프게 마주했습니다.
인권, 빈곤, 여성, 그리고 성착취. 관심의 교집합 중심부로 깊숙이 들어서며
권력, 자본, 젠더, 연령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가 성착취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마주한 뒤, 피해 지원 현장으로 오기에 앞서 꽤 긴 시간 고민했습니다. 기울어진 생각 없이, 편견 없이 당사자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를 검열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때, 그 첫 출발을 다시함께상담센터 “청소년특별전담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현재는, 상담팀에서 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 첫 업무는 성착취 피해 청소년의 경찰조사에서 청소년의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새벽녘 텅빈 조사실에 경찰과 청소년 당사자, 저 이렇게 셋이 마주한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처음 만난 이 청소년에게 내가 정말 신뢰로운 관계, 유의미한 어른으로 있어 주는 게 맞는가? 내 말에 힘이 있는가? 경찰 진술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날을 시작으로 성착취 피해 여성이 ‘권한 없음, 권리 없음’의 위치성으로, 반복된 침해와 피해를 당하고도, 가장 정의롭고 신뢰로워야 할 공간에서조차 되려 공격받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자신이 직접 소명하고, 그 피해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너무도 부당하고 불합리한 인권 침해 현장을 수도 없이 목도 해야만 했습니다.
 
성매매는 성착취 행위이며, 이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문제이고, 여기서 물러서면 여성 인권의 앞날에 끼칠 결과는 내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건 내가 같이 책임지고 쟁취해갈 나의 권리이자 모두의 권리라 여겼습니다.
성매매, 우리 모두의 인권 문제라는 공감대가 필요해
성매매가 차별과 불평등에 기반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임을 부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성매매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당한 여성의 존재와 삶의 맥락은 지운 채, 피해를 입은 여성을 단지 ‘비이성적, 비인간적, 문제 있는 개인’으로 치부해, 나와는 다른 동등하지 않은 부족한 인간으로 인식하는 시각에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요?
 
성매매는, 젠더·연령·권력·자본 등 여러 권력 관계와 사회억압의 축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사회현상입니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여성의 삶은 여러 층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분절된 극히 일부의 선택, 그 지점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여 판단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 복잡한 층위의 여성의 삶에는, 끊임없이 성매매가 제시되는 착취적인 사회구조가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공감대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때론 자신도 모르게 오래된 우리 사회의 잘못된 통념에 길들여져,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 관해서 편견을 갖고, 차별적인 행동을 일반화하며 생활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매매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차별로 기울어진 무게추 어느 한 곳에 나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힘이 더 큰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문제에 나와 모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오늘입니다.
글을 마치며,

성매매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인권 관련 상황으로 인식하고 해석하고 있나요?

성매매 문제에 있어 당신에게 가능한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지 인식하고 있나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당신에게 있다고 믿고, 이를 위해 행동하고 있나요?

성매매 문제에 높은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린 당신!
우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금-여기, 무엇부터 함께 실천해 볼 수 있을까요?
  반성매매 활동에 대한 이해와 관심, 책임 있는 활동으로 연대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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