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네 번째 이야기!
2022년 9월 
Vol. 04
이웃집 활동가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서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 속에 녹아있는
활동 이야기, 성매매방지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들,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편지입니다.

* * *

안녕하세요! 님,
시원한 여름을 고대하던 시기가 지나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날이 지나면 어느새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날이 올텐데요.
우리가 계속해서 말해야 하는 이유,
어떤 연유로 반성매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9월 활동가 이야기 만나러 가보실까요?

계속해서 말할 거예요


배롱(김백정은 활동가)


  무언가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 실상을 자세하게 아는 일, 아파하는 이를 만나고 보고 느끼는 일. 우리는 아마도 피하고 싶은 무엇들이 참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알게 되면 불편해지기 때문이죠. 차라리 모르는 게 그럭저럭 일상 유지는 되니까요.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이 그랬고,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처참하게 살다 죽는 동물들과 굶고 노동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그랬습니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사회를 보게 되면서 더 조바심이 났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잠식해버린 사회, 돈이 최고가 되어 인간도 도구로 전락하는 사회에서 구조적 문제로서 성매매 산업이 매우 잘되는그것이라는 그림 정도만 있었습니다. 함께 알게 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저도 여성을, 약자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처음 시도한 일이 환경운동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였죠. 기후위기 문제는 당도한 공포에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이 고통을 떠안게 되겠죠. 부의 대물림 시대라는 것은 짐작하였지만, 제가 한국사회신분사를 공부할 때 정말 끔찍하게 놀랐습니다. 신분제는 꾸준히 변모하며 작동하는구나. 그 신분제의 끝에 성매매 여성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는 깊이 생각할 가치도 없이 욕먹어도 싼 인간이라 여겨지죠.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욕먹어야 할 존재는 없다는 것을요. 구조적인 문제라 쉽지 않겠지만 주위에 마구 떠들고 이야기를 던지고 문제의식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성매매여성 처벌조항 삭제, 성매매처벌법 개정촉구 서울 행사 및 행진' 사진
  그렇게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와서 막 피어나는 새싹처럼 공부를 시작했어요. 사부작 공방에서 언니들을 만났고 아웃리치(Outreach)도 나가지만, 아직은 1인분을 해내기란 어렵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도서관에서 성매매 이슈와 관련 있는 책들을 찾아 하나하나 읽어나갔습니다. 남성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연대의 방편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이용하는 현실이 충격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문제, 우리의 문제지만 그렇다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문제. 이 문제를 언제라도 드러내어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매매 문제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저는 지인들과 만날 때면 너무나 공고한 카르텔, 대중들의 인식과 문화 등에 대해 갑갑증을 토로해요. 사람들도 이전의 저처럼 많이 놀라요. 그 정도냐고, 그렇게 심각했고 그런 차원의 문제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성매매를 없애는 길이 성평등한 사회로 나가는 것과 밀접하다는 걸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글은 가족과 친구들하고 반성매매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길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구체적인 대화를 기술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자세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가치, 그리고 맥락을 이해하고 활동가가 설득하려는 마음과 설득되려는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분명 가까운 사이에서부터 반성매매 이야기는 시작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왜냐하면 센터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삶은 설득력 그 자체니까요.

  사부작공방에 나오시는 언니들이 가끔 사랑한다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줍니다. 저도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괜찮게 지내는 건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때로 아프고 힘들 수 있지만 이 길을 오래도록 걸어가야지 싶어요. 신문을 펼치면 세상은 너무 엉망이에요. 우울해져요. 그래도 이런 문장 하나는 건져요. 나는 목격자가 되어주는 행위가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 아무나 듣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냥 지나칠 때도 많지요. 성매매 문제의 현실을 보고 나서 그것을 누구에게 말하는 것은 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욱 단단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따금 힘들어져도 외면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조사**에 따르면, 열 명 중 네 명이 성구매 경험을 인정했다면 실제로는 더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며 여성에게 함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너무 끔찍하여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싫은 진실이겠지만 언니들을 보고 집중을 하렵니다. 그들의 조그마한 변화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조금씩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부여잡아 봅니다.


* 올리비아 랭 「이상한 날씨」, 한겨레 9월 16일 자 ‘고통의 흔적들’ 서혜미 기자
** 2020년 여성가족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성매매 경험-인식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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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나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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