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두 번째 이야기!
2022년 5월
Vol. 02
이웃집활동가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서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 속에 녹아있는
활동 이야기, 성매매방지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들,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편지입니다.

* * *

안녕하세요! $%name%$님,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팀의 아정입니다.
본명을 쓰기엔 쑥스럽고, 활동명은 따로 없어,
언젠가 나이가 더 들면 호로 사용하려고
골라놓은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자유기고글인 줄 알고 요청을 수락했는데, 알고보니
세심하게 기획된 질문에 답해야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기획자가 마련한 잘 꾸며진 질문에,
저의 정답 아닌 이야기를 뱉어낸 흔적입니다.
부디 읽기에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 글을 시작해봅니다.

어떤 노래는 삶이 됩니다

살면서 좋은 스승, 좋은 선배, 좋은 친구들을 만나왔습니다. 김 선생님은 인격이란 일관성에서 나온다는 진실을 알려주셨고, 박 선생님은 운동이란 나부터 열매가 되면 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좋은 선배와 친구들은 우리가 부디 말한 대로 살기를 바랐고, 우리는 늘 같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가 불렀던 수많은 노래 중 한 곡, 그 곡이 저를 여기로 데려다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기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
-「소원, 한웅재

 
내담자 지원을 위해 재판에 출석하러 지방에 내려간 어느 가을날, 법원으로 향하는 노란 길에 곧 도착할 언니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입니다. 아마도 스물 몇 살 때부터 줄곧 불러온 노래일 텐데, 그날에서야 이 노래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노랫말의 무게감이 그날의 공기에 촘촘히 차올랐습니다.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바라며 수행하는 모든 행위가 인생을 무엇으로 채워가는지 하나둘씩 깨닫고 나니, 아뿔싸 싶었죠. 섣불렀다 싶었고요, 하지만 이내 그렇게 살아낼 수 있다면, 그건 성취하리라 믿었던 욕망 대신, 사람이 남는 삶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와 내가 평등한 관계로 만나고자 하는 의도와 태도에서부터 충만함이 깃든다는 진실에 다가간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엊그제 퇴근길에도 불렀어요, 이 노래. 어제보다 오늘 더 오름직해졌는지 되새기면서 말이지요.

설득하는 마음과 설득되는 마음이라면

여기서 일하겠다는 포부를 부모님께 처음 밝힌 날엔 이 일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성폭력도 아닌 성매매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눈치를 보았습니다. 어색함이 깨진 계기는 다리가 부러져서였습니다. 작년 출장 중에 보도블럭에 걸리는 바람에 발목이 꺾이며 발등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거든요. 심한 통증에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부모님에게 돌아가 한 달을 같이 지내야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크로스*강의를 같이 듣자고 졸랐습니다. 딸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크로스 : 크로스는 다시함께상담센터가 매년 진행하는 대중 강좌의 행사명이다. 6월부터 시작되는 2022년 크로스에서는 성매매 집결지,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탈가정, 여성노동을 주제로 총 4번의 강연이 펼쳐진다.(편집자 주)
2021년 <성매매+크로스 시즌 2> 3강 '마음' 현장 사진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성매매를 해석해보지 않았던 누군가가 활동가의 질문에 바로 기대한 반응을 보이기는 애초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의문과 질문,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을 부정하는 대화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통의 기본바탕이 계몽주의가 아니란 건 청춘을 바친 운동들을 하면서 깨달아온 바입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대화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말이죠.

 
그래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는 너는 인권 개념이 없다’, ‘너와는 말이 안 통한다’, ‘어떻게 그런 시각에 머물 수 있어라는 마음을 지웠어요. 대신에 현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가족과 친구의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다시함께의 크로스에서는 양질의 이야기들이 전해지니, 가족과 함께하기에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유심히 들으셨어요. 감시팀장님이 아나운서 같다는 반응을 종종 하시면서, 언니들의 고단한 삶에는 탄식을, 불법 성산업 구조가 불야성을 이루고 돈을 쓸어가는 현실에는 개탄을 하셨습니다. 그래요, 다시함께가 준비한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고, 진실은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크로스 이후, 우리 가족의 식탁은 종종 시끄러웠습니다. 성매매가 왜 없어지지 않는지, 없어질 순 있는 건지, 선불금 사기 피고소 사건이 왜 사기가 아닌지, 왜 이 일이 돈을 쉽게 번다는 오명을 썼는지 토론했어요. 어느 날은 목청을 높여 의견을 주고받지만, 누구의 이야기도 소거하지 않습니다. 설득하려는 마음과 설득되는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소통은 중지되고 마니까요. 그렇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 글은 가족과 친구들하고 반성매매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길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구체적인 대화를 기술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자세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가치, 그리고 맥락을 이해하고 활동가가 설득하려는 마음과 설득되려는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분명 가까운 사이에서부터 반성매매 이야기는 시작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왜냐하면 센터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삶은 설득력 그 자체니까요.

 
그러니 오늘 한 번 꺼내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을요.


-붉은 들장미가 흐드러진 5, 아정 올림-

‍ 2022년에도 대중강좌 성매매X크로스가 옵니다!  
성매매 문제와 여성이슈, 사회 문제가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 시리즈 강의를 만나볼 수 있는 성매매X크로스!

올해는 한국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 이야기부터 SBS 그것이 알고싶다 메인작가가 얘기하는 그알 취재 비하인드기, 거리에 나선 탈가정 청소년들의 이야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성 노동의 현실을 반성매매 운동의 관점으로 들여다봅니다.
5월의 이웃집 활동가 어떠셨나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어떤 점이 좋았는지,
혹은 나빴는지,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셨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다음 내용을 꾸리는데 참고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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