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담데이X인터넷시민감시단 기획)

조건만남, 랜덤채팅 속 성착취

담당자 선영선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팀)


 


일상 속에 접근이 쉬운 랜덤채팅 어플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 랜덤채팅 어플이 넘쳐나고 있다. 랜덤채팅 어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검색해서 너무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랜덤채팅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어플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랜덤채팅 어플도 있고, 직접적인 성행위를 암시하는(예. 벗팅, 떡팅, 색톡 등) 자극적인 이름을 가진 랜덤채팅 어플도 있다. 그리고 음성으로 대화하는 어플, 영상으로 대화하는 어플도 생겨났다. 같은 회사에서 여러 랜덤채팅 어플들을 운영하고 있고 수많은 랜덤채팅 어플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직도 이용자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온라인상담, 랜덤채팅 어플 속 여성을 만나는 일


최근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조건만남을 경험한 여성들의 피해사례가 다수 발견되면서 랜덤채팅 어플 내의 여성들에게 우리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알리고자 온라인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수많은 성매수자들에게 받게 되는 쪽지 속에서 우리가 보내는 쪽지들이 얼마나 읽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조건만남 알선, 성매수자의 그루밍, 불법촬영물 유포 등의 피해가 있거나 앞으로 그런 피해가 발생된다면 잊지말고 상담소가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할 것을 권유하며 우리 센터가 하는 일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이 우리 센터에서 보낸 쪽지 내용을 보고 온라인상으로 대화하며 우리 센터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질문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겪게 되는 피해상황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정말 문제 해결이 필요한 피해당사자를 만나서 상담하고 법률/의료지원하는 것도 실제 진행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조건만남 경험 여성과 만나는 일은 멈출 수 없다.


 


랜덤채팅 어플 운영자의 방조로 인해 양상되는 범죄 피해


랜덤채팅 어플 내에서 온라인상담할 때, 조건만남 경험 여성과 대화하는 것이 우리가 집중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랜덤채팅 어플을 접속하면서 경험하는 일들은 랜덤채팅 어플의 시스템 문제이며 그 시스템 안에 녹아든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었다. 랜덤채팅 어플을 설치하여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남성들에게 ‘만남 가능?’, ‘얼마 필요해?’, ‘용돈 필요해?’ 등등의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쪽지를 받게 된다. 랜덤채팅 어플상의 쪽지를 통해 수많은 대화를 주고받지만 어플 운영진은 그 안의 대화는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며 랜덤채팅 어플을 이용하며 생겨나는 수많은 피해를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상 랜덤채팅 어플의 어떤 화면도 캡쳐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정 대화량이 초과하면 대화가 자동 삭제되거나 상대방이 대화방에서 나가버리면 대화방 자체가 휘발되어버린다. 시간이 지나거나 대화를 주고 받을 때 어떠한 내용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을 시스템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는 랜덤채팅어플 자체가 범죄 및 피해상황을 조장하고 이를 방조하고 있는 증거이다.


 


규제의 대상은 랜덤채팅 운영자와 성구매자!


랜덤채팅 어플은 경제적인 빈곤을 가진 약자의 몸과 성을 착취하는 조건만남이 성행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주체이다. 이에 앱스토어와 랜덤채팅 어플들은 성인 인증 제도를 도입하며 해결책이라고 제시하였다. 성인 인증은 단어 자체로도 성인과 청소년으로 구분지어 판단하게 한다. 이는 성인은 제외하고 청소년만 차단, 규제하는 절차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고자 하는 제도가 아니다. 19금 랜덤채팅 어플에서 성인 인증으로 차단/규제 대상이었던 청소년을 발견하게 된다면, 오히려 청소년에 대한 시선은 더한 낙인이 되어 청소년들을 더욱 열악한 피해상황으로 몰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조건만남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도 자신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피해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상황은 비일비재 할 것이다.




따라서 랜덤채팅 어플 안에서 조건만남 경험 여성들을 만나서 상담하는 일과 랜덤채팅 어플에 대한, 온라인 매체인 SNS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도 발맞추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빈곤을 약점으로 약자의 몸을, 약자의 성을 착취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약자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랜덤채팅 어플 운영자와 성구매자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온라인상담데이X인터넷시민감시단 기획)



하루의 무게를 생각하다

담당자 원소윤 (다시함께상담센터 감시사업팀)



 
빼빼로데이, 할로윈데이. 어쩐지 ‘데이’라 불리는 날에는 유쾌한 이벤트가 있으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온라인상담데이를 신청할 때만 해도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몰랐기에 블랙데이를 맞는 정도의 가벼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환기’를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온라인상담데이를 2회에 걸쳐 참여해본 지금, 온라인상담데이의 ‘데이’는 할로윈데이의 ‘데이’와 동음이의어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온라인 상담데이는 ‘온라인 아웃리치’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웃리치란 성매매 집결지에 방문해 센터를 홍보하며 피해 여성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고, 상담 기회를 포착하는 오프라인 활동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상담데이 또한 랜덤채팅 앱에 접속해 피해 여성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센터의 역할을 소개하는 일이 활동의 주 내용입니다.


 


온라인상담데이와 인터넷시민감시단 - 우리가 따로 또 같이 하는 일들


온라인상담데이는 인터넷 시민감시단 모니터링 업무와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첫째, 신종 ‘포주’로 등장한 온라인 성매매 알선 매체를 견제할 필요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근 4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인터넷 불법정보 중 ‘성매매·음란사이트’ 비중이 전체의 96.3%에 달한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2011년부터 인터넷 시민감시단을 운영해왔습니다. 온라인상담데이에서 또한 랜덤채팅앱에 접속해 성매매 유형 및 행위 문구를 프로필에 띄운 사용자를 찾아내 대화를 시도합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유입 경로로 지목했습니다.


둘째, 불법성산업을 존속·강화하는 신규 플랫폼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민감시단은 기존의 모니터링 및 신고 카테고리를 유지하되 자체 신고 범주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성매매 산업 실체를 드러내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두 활동은 서로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시민의 신고물을 모니터링하는 인터넷 시민감시단 활동에서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늘 간접적일 수밖에 없는데, 온라인상담데이를 통해 매체 이용 방식과 수익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매일같이 각종 카테고리에서 신고물을 모니터링하다 보니, 다종다양한 유형 문구와 행위 문구를 접하게 됩니다. 은어가 빠르게 변화하는 채팅앱에서 문장의 의미를 유추해낼 때 모니터링 업무에서 익힌 사전 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두더지 게임의 필승 전략


온라인상담데이에 참여하며 모니터링 업무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음란물과 광고물을 삭제, 차단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분명 있지만, 때로 엄청난 신고물 양에 위축될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건 하나의 성매매 광고는 홍보 기능에서 단순히 그 역할이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매매 광고와 음란물이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 여성을 ‘거래’하는 방식을 아실 겁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에 버젓이 돌아다니는 이 광고물들은 이러한 광고가, 이러한 반인권적 인식이 ‘유통 가능하다’는 인상을 광고자, 성구매자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 유저에게 심어줍니다. 그 뻔뻔함에 대응하자. 여기 ‘인간’이 있다는 걸 알리자. 온라인상담데이 활동 중, 새 게시물이 끝없이 업데이트 되는 채팅앱 화면을 스크롤하며 느낀 바입니다.


하나의 광고물을 삭제하는 사이, 또 하나의 광고물이 등록되고 있는 것 아닐까. 매달 수천 건의 신고물 앞에서 막막해졌던 마음도 더는 문제없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두더지 게임을 할 때 일찍이 맞은 적 있는 두더지가 올라온다면? ‘아까 때린 두더지잖아’ 안 때리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안 때린다면 그건 지는 게임이 되겠죠. 다시, 더 센 힘으로 두더지 머리를 두드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되살아난 광고물도 다시 때려눕히면 됩니다. 그것이 아직은 팔팔한 불법성산업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식일 것입니다. 한 번의 지나침과 무신경은 결국 비행동이 아닌, 성산업을 존속시키는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념일이 될 온라인상담‘데이’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신고, 차단하는 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 묵직한 깨달음을 안고 마무리한 온라인상담데이. 이 하루의 활동을 통해 피해 여성이 다시함께로의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그 하루는 다 같은 하루가 아닌, 일종의 기념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