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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페미시국광장

하나부터 열까지



감시사업팀 원소윤







그 발을 치워라


조선일보 사옥 가운데 빛으로 새겨졌던 글자를 잊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고 장자연 배우에게 사죄하라!”, "조선일보 방oo 처벌". 뻔뻔하게 불을 밝혀온 ‘조선일보 chosun.com’의 간판이 스스로 더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근사한 기획이 빛을 발한 1차 시위를 시작으로 페미시국광장은 10차에 이르러 ‘마무리’되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모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박했고 경찰은 결정적 자료들을 압수수색에서 누락시켰다. 2·3차 시위의 타겟이었던 ‘버닝썬’과 ‘김학의 사건’에서 또한 우리는 검경이 다름 아닌 그 ‘카르텔’의 일원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강간문화카르텔’과 그 대단하다는 신기술을 접목해 이익을 극대화한 사람이 바로 4차 시위의 타겟 ‘양진호’였다. 양진호는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불법촬영물 제작을 조장하고 유통했지만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과연 경·검은 걸림돌인가. 5·6·7차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로 검경개혁을 외쳤다. 그건 분명 서초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절규였다. 7차 시위에서는 126개의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가해자가 초범이라’, ‘유포한 수가 많지 않아서’ 불기소 처분하거나 약식기소한 검찰을 규탄했다.


8차 시위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의 시위에서 다뤘던 내용들이 결코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지 않음을, 남성 카르텔은 바로 오늘에도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9차 시위에서는 조선일보, 버닝썬, 김학의 사건의 저류에 흐르는 유구한 ‘성착취 카르텔’을 저격했다. 10차 시위에서는 장자연과 버닝썬 사건 피해자, 김학의 사건 피해자와 성착취 피해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바로 그 문제. ‘당신의 강간 피해자다움을 증명하라’는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을 저격했다.


열 차례의 시위를 통해 우리는 대단히 마땅한 주장을 했다. 노예제 폐지론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세라 그림케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목을 답답하게 하는 그 발을 치워라, 주장했을 뿐이다.






죄를 죄라 부르다


열 차례에 걸친 시위를 감히 한 단어로 요약해본다. 세 달간의 페미시국광장은 ‘호죄호벌 呼罪呼罰’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시위였다. 죄를 죄라 부를 수 있는 세상, 벌을 벌이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시위였다. 그런 간명한 주장이었다.




매 회차 퍼포먼스가 마련되어있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의 들끓는 분노는 각각의 퍼포먼스 안에서 표출되었다. 때로는 행진을 통해 우리의 주장을 목소리 높여 세상에 외쳤으며, 때로는 퍼포먼스를 통해 누군가를 벌하고 저주했으며 사형시켰다. 광대 분장을 한 테러리스트가 되는 일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그걸 누가 못하겠나. 또박또박 발언하고, 분노를 통제하며, 몇 차례 ‘돌아버릴 것 같은’ 순간을 지나 마침내 사회에 뜻을 관철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대와 화합, (기막힌 상황에서 으레 생겨나는) 일종의 유머러스함으로 우아한 외피를 두르고 있던 페미시국광장의 현장에서 필연적인 아슬아슬함을, 필연적인 과격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대답할 차례다


10차 시위 후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세 달 가까이 진행되었던 시위를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정리해보았다. 올해 페미시국 광장은 마무리됐지만 10차에 걸쳐 여성들이 쌓아온 목소리는 돌림노래처럼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알고 있을 것이다. 페미시국이 아닌 때가 없었듯, 페미시국은 계속되며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곧 광장임을.


세상은 지금껏 우리에게 증명하라 말했다. “네가 시민으로 ‘취급될 만한 사람’인지 증명하라.”, “네가 ‘진짜 피해자’인지 증명하라.” 그럴 때 돌려줄 명대사가 최근 우리에게 생겼다. 영화 <캡틴 마블>의 히어로, 캐럴 댄버스의 위용으로 상대하자. “I have nothing to prove to you.” 우리의 증명은 끝이 났고,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이제는 세상이 대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