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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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 시민활동가의 여정, 지금부터 시작!


왓칭유 활동가 해달


성매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첫 계기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때문이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가던 중 길을 한번 잘못 들었더니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리가 나왔다. 어리둥절한 채로 걸어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홍등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거리를 통과하는 동안 나를 앞서 천천히 순찰하는 경찰차와 한 가게를 골라 안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보았고, 천천히 업소를 구경하며 지나가는 차량과 그 앞에 서 있는 여성들도 보았다. 그날은 종일 얼떨떨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집결지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거리에서 남성은 구매자이며 권력자였고, 여성은 거래의 대상이었다. 그 거리를 걷는 나 또한 객체가 되었다는 거북함과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은 살면서 처음 느껴본 생경한 감정이었다. 막연히 불법일 것이라 생각했던 성매매를 공권력이 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고, 이런 업소가 버젓이 공개된 거리 한복판에 존재할 정도로 성매매가 당연한 사회였다는 것에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깨진 듯했다. 이것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성매매에 분노하게 된 첫 계기였다. 


그 후 때로는 잊고 살기도 하고 때로는 뉴스에서 들려오던 몇몇 남성들의 범죄 공모행위에 분노하기도 하고, 종종 길거리의 성매매 업소들을 보며 불쾌해하면서 살던 어느 날. 우연히 다시함께상담센터 시민활동단 ‘왓칭유’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그동안 어렴풋이 느끼던 이 불쾌함의 원인을 아주 자세히 알고 싶었다.


10주간 진행되었던 왓칭유 활동은 정말 큰 영향을 주었다. 먼저 우리는 평등약속문을 만들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3주간 진행되었던 성매매에 대한 강의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었고, 어떻게 성매매라는 산업을 큰 구조 속에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왓칭유 멤버들과 모여 진행했던 신림역 성매매우려업소 현장조사는 성매매업소가 얼마나 우리 근처에 만연한지 피부로 와닿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날 배운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동네에 있는 성매매업소 불법광고물들을 직접 신고해보았다. 이렇게 진행된 왓칭유 활동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해주었다. 왓칭유 활동 전에는 무시하고 지나갔던 불법광고물들을 신고의 대상로 보게 되었고, 생소했던 유흥업소들의 이름을 또렷하게 읽게 되었다.


왓칭유 활동을 하며 가장 많이 변한 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성매매가 잘못된 것이다’ 라고는 생각했지만 ‘왜 성매매 여성들은 이 구조 속으로 들어갈까?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그릇된 남성문화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데, 나는 마치 그들이 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인 양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아내려 했었다. 성매매라는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성매매가 남성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기에 정작 성매매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 업주, 국가의 방관 같은 부분까지는 생각해내지 못했다. 성매매라는 큰 구조와 수많은 성매수자를 없애는 것은 어렵지만 성매매 여성을 탓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성매수자의 입을 통해 들은 성매매 이야기, 미디어 속 사치스럽고 선정적인 성매매 여성의 이미지가 아닌 진짜 현실 속 성매매를 알게 된 뒤 들었던 생각은 ‘속았다’ 였다. 나처럼 성매매에 관심이 없어 몰랐던 사람들도, 성매매 속의 성매매 여성들도, 모두 사회적 편견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민들의 반성매매활동은 중요하다.


왓칭유 활동은 현실을 또렷하게 바라보도록 도와주었지만, 또렷하게 바라본 현실은 아름답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현실을 그냥 바라만 봐야 하나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일은 진짜 성매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성매매에 대한 정보에 모두가 속지 않으려면 반성매매에 대해 꾸준히,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10주간의 왓칭유 활동은 끝이 났지만, 나의 반성매매 시민활동가로서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