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크로스의 세 번째 주제 “탈가정”의 강의를 맡아주신 한낱님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청소년의 주거권을 확장하고 보장하는 세상을 만드는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한낱님은 흔히들 우리가 의식주라고 생각하는 3대 요소에서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의식주만으로 안 돼요. 제가 볼 때 필수 3대 요소는 집을 포함한 돈과 곁인 것 같아요.”




비행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는 호명은 누구든 멀어지고 싶은 호명일 것입니다. 이 단어에서는 청소년이 가진 주변의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타자화된 호명은 성매매에도 등장합니다. 윤락녀, 그리고 창녀. 이런 말로 누군가를 부를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요? ‘나와 다른 사람이다. 윤리적으로 선긋기가 된다. 여성만 남고 성매수자나 포주는 사라진다. 수치스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비행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효과도 이와 유사할 것입니다. 배제, 낙인, 도덕적 타락에 대한 책망, 선긋기가 이루어지죠. ‘가출 청소년’이라는 단어도 이와 같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런 식의 낙인찍기가 해로운 이유는 낙인이 찍힌 그 존재와 그 존재의 삶에 대해서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는 것 같아요.”

다른 단어를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가출 청소년’ 말고 ‘탈가정 청소년’처럼요. ‘탈가정 청소년’이라는 단어는 그 청소년의 삶에 대해 말합니다. 원가정이 본인의 삶을 살기에 안정적인 곳이 아니라 밀려났다는 현황과 함께, 폭력적이고 핍박받는 공간에서의 탈출을 감행했다는 행위의 주체성도 보여줍니다.




보호주의

봉림교 옆 정차한 버스,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는 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곳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설날에도 추석에도 그 자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엑시트를 운영하며 젠더 이슈들도 많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교육을 시키자, 상담소에 연계해보자, 여성 청소년 전용 버스를 만들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성적인 보수주의나 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한 성교육과 문화가 오히려 여성을 더 열악한 처지로 모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보호주의에 기반한 대처들 대신, 엑시트는 여성 청소년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워크숍으로 참여적 성토크를 시작하고, 4회차에 걸친 이야기 끝에 나온 명언이나 본인들의 말들을 표어로 적고 엑시트 현장에 전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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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어들을 전시해 엑시트는 ‘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청소년이 올 수 있지만, 혐오, 차별, 폭력은 입장할 수 없다.’는 문화를 가시화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보호주의가 실제로 보호하는 것은 청소년이 아니라 청소년다움을 지키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청소년을 사람으로 환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해석과 프레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진짜 문제에 접근하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위기 청소년은 없습니다. 청소년을 위기에 내모는 제도와 환경, 사회가 있을 뿐입니다.”




집다운 집을 만들어가는 여정

청소년의 탈가정은 생존과 존엄을 찾기 위한 복잡한 여정입니다. 그 과정 중 불안정한 생활과 거부, 실패의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탈가정 청소년들은 돌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청소년들끼리 뭉치며, 그 대표적 사회현상 중 하나가 가출팸이죠. 

“사회적 돌봄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살기 위해 뭉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원이 없는 사람들끼리 뭉치면 그 돌봄이 파괴적 돌봄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파괴적 돌봄의 관계를 정리하고 벗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하지만 소외된 위치일수록 더욱 보호받을 공간을 찾기 어렵죠.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 나라”는 그런 청소년들을 위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로서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움직이는 관계가 있는 집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각자도생에 익숙했던 탈가정 청소년에게 계속 선택해보고 제안하게 하고 안되면 다른 것을 해보며 자율적으로 함께 살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자립팸에는 규칙과 통제가 없지만, 그것들이 제거된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아닙니다. 규칙과 통제가 빈자리에 관계와 노동을 쏟아부으려고 노력했던 곳입니다.”




빽빽이 채워진 두 시간 동안 한낱 활동가님을 통해서 고생을 함께 하는 활동, 함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활동의 중요성을 알고, 집, 소득, 곁, 위기와 존엄과 같은 언어로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해주신 참여자분들은 “청소년을 사람으로 만나고 곁에 서는 일이 성매매의 위험을 강요하는 사회와 맞서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정환경의 문제로 집을 나서게 된 여성 청소년이 자의든 타의든 성착취로 흘러가기 너무 쉬운 구조라는 게 한탄스러웠습니다.”, “활동가분께서 얼마나 깊은 고민과 활동을 이어오셨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고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참여하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었고 현장참여를 왜 신청하지 않았는지 후회했습니다.” 등 성매매와 탈가정 청소년의 현실이 맞닿아있음을 알아차린 분들의 후기가 눈에 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