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총 4주간 매주 목요일마다 다시함께의 대중강좌 성매매 크로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총 400명의 참여자분들이 신청을 해주시고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00명이 넘는 참여자분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함께 참여해주셨던 성매매×크로스.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다시함께가 크로스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 분명히 계시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크로스의 현장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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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함께 대중강좌 크로스의 첫 번째 강의는 목격자를 찾으며 시작합니다. 어려서 성매매 집결지 앞을 지나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집결지들,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재개발을 통해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곳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졌던 범죄 현장을 목격했던 목격자로서, 우리는 어떻게 증언하고 왜 증언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왜 기억되어야 하는가?”

성매매×크로스, 집결지의 강의를 맡아주신 완월기록연구소 정경숙 소장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기억과 기록은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기록은 권력자에 의해 쓰이고, 해석하는 것은 미래의 몫입니다.”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쓴다는 것은 여성 인권에 대한 기억과 기록이며, 투쟁의 장입니다. 수치스러운 기억이라 정의하는 것도 결국은 권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행위이며, 그 판단으로 파괴되기도 합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성착취 현장의 기록은 망각에 대한 도전입니다. 집결지에 대한 기록이 많아져야 미래의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집결지에 대해 기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완월동의 역사

일제시대 때의 이름은 녹정, 일본어로는 미도리마치라고 불리다가, 1947년에 완월동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감상할 완’자에 ‘달 월’자. 완월동은 한반도 최초의 유곽으로 일제강점기 때 공창제가 시행됐던 곳이며, 6.25 전쟁 때 UN군과 미군의 위안소로 사용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80년 완월동에서 돌았던 현금 규모가 하룻밤에 몇십억이었고 90년대에는 동양 최대의 사창가라 불렸으니, 그 규모가 거대했음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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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2014년도)의 완월동 사진입니다. 완월동은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지만, 그 구역 안에 성매매 업소뿐만 아니라 주택가도 포함되어 있어 지역주민이 이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아이들도 드나드는 곳, 우리 집 바로 옆에, 성매매 집결지가 위치해 있는 것입니다. 완월동의 가장 큰 문제는 성매매를 일상화한다는 점입니다.

“성매매 집결지의 가장 큰 문제는 성매매 일상화라 생각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이 드나드는 공간 바로 옆에서, 그냥 ‘음? 남자들이 여자들을 사네?’라는 사실이 일상적으로 용인되는 공간. … 이 지점이 성매매 집결지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살림의 역사

2002년 살림이 공간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5년 “언니야 놀자”라는 제목으로 폐쇄적인 완월동을 개방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문화행사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작품,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기획을 준비했고, 자원봉사자만 100명이 넘었으나 무산되었습니다. 업주들이 완월동을 개방할 경우 자신들의 이득이 줄어들 것이라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좌절 이후에도 살림은 완월동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출간물 발행, 다큐멘터리 제작, 수신인이 없는 편지 발송, 여성 인권 길걷기 행사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완월아카이브

성착취 현장을 여성인권의 가치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여기 있습니다. 완월아카이브(http://wanwolwomen.co.kr/)는 위와 같은 다양한 활동과 집결지의 자료들을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정리한 프로젝트 사업입니다. 완월 아카이브에서는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집결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위치했던 완월동을 기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경숙 대표님은 이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거나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용을 축적하고 쌓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완월아카이브는 오랫동안 침묵으로 존재했던 부산 완월동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동안 2시간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강의를 온라인으로 청취하신 참여자분들은 “슬라이드 하나하나에 모두 배움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성매매 전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등 기록물을 찾기가 힘들어 우리 지역의 집결지 기록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성매매나 집결지에 대한 기록은 책이나 기사로 밖에 접할 수 없었는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