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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원한다”

-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박사방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오늘 6월 1일, 조주빈 외 5인의 2심이 종료되었다. 2019년 11월 본격적으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이 공론화되고 1년 반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전국적인 공분 속에 수사가 진행되었다. 작년 3월 25일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뒤로 강훈(부따), 이원호(이기야), 문형욱(갓갓), 안승진(코태), 남경읍 등 주요 운영진이 잇따라 검거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하는 이들이 과연 이들 뿐인가.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n번방 이용자 1만5천 명의 신상 정보도 입수하여 1천여 명을 ‘n번방’과 관련하여 수사하였다. 단속한 인원 중 149명이 공무원이었는데, 이들 중에는 군인·군무원, 교사, 경찰·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있었다. 이 단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n번방의 가해자들은 유별난 괴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누군가이며, 조주빈을 비롯한 주요 운영진들은 그 일부를 대표하는 인물들일 뿐이란 것이다.


우리가 조주빈에 대한 엄벌을 요구한 것 그리고 오늘의 판결을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피해자에게 네가 얼마나 문란한지 주변에 소문을 내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협박이 되는 것, 피해촬영물을 소비하겠다고 26만 명의 가해자들이 몰려든 것, 피해 촬영물이 금전 거래가 되는 재화가 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이것이 쉽게 용인되는 성차별적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성들은 이미 유사한 범죄에, 가해에 오랜 시간 무수히 당해왔고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은 단지 그 차별과 폭력을 영리화 하고 조직화 할 정도로 악랄하였을 뿐이다.


일찍이 n번방 가해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00만 명이 동참하였고, 이번 2심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에는 8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하였다. 이 8천명, 200만 명의 시민이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것은 단지 그들만을 단죄하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이들 뒤로 숨어있는 수많은 성착취 가해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해를 가능하게 한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로 잡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을것이다.


오늘의 판결은 단지 조주빈이라는 한 사람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구조와 문화를 엄벌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범죄가 여성폭력임을 명백히 하며 최소한 감형만은 없어야 했다. 재판부와 사법부는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을 감형 없이 엄벌하고, 추가 가해자들을 계속 수사 및 검거하여,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용인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여성을 품평화하고 대상화하는 문화를 비롯한 모든 여성혐오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임을 명백히 하기를 바란다. 그 시작점이 되었어야 하나 그러지 못한 오늘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더 나아간 사회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