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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성매매, 종합 설명서를 읽고


행정지원팀 박다예




대학 시절 가장 열정적으로 들었던 '여성복지론' 은 토론식 강의였습니다. 10주차 강의쯤 되었을까요? 그 날의 주제는 '성매매 합법화' 였습니다.합법화 반대를 위한 근거를 철저히 조사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맞은 편에 앉은 학우가 자발적 성매매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성노동 여성'의 자율적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정말 여성을 돕는다는 명목 아래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서 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들어 반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손에 든 통계와 논문들을 저의 언어로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저는 성매매 여성을 통제하는 수단인 선불금에 대해서도, 빚을 쌓는 업주들의 영업방식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아마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을 그때 읽었더라면 그의 모든 억지 주장에 낱낱이 반박할 수 있었겠지요.


만약 성매매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구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 여성들에게 화살이 돌아가기 쉽습니다. 처음에 어떤 경로로 시작하게 되는지, 그리고 왜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는 3장과 4장을 주의 깊게 읽길 추천합니다. 3장의 제목은 '시장으로 간 성매매'로, 성매매산업이라는 것이 절대 구매자와 여성의 일대일 관계가 아닌 거대한 카르텔에 의해 작동하는 것임을 면밀하게 서술합니다. 4장 '상품이 된 여성들' 에서는 발을 들이면 도움 없이 빠져나올 수 없는 치밀한 착취의 구조와 자아를 수없이 훼손당하는 현장에 대해 묘사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그곳에서 여성은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상품에 불과하며 '자발적' 성매매란 절대 성립할 수 없는 단어란 걸 깨닫게 됩니다.


<상식의 블랙홀>은 성매매의 A부터 Z까지 설명한 종합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매매산업의 시발점부터 해외의 성매매 합법화 사례, 성매매 유입 경로와 업주들의 통제구조, 그 안에서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여성들의 현실, 반성매매활동과 피해당사자활동에 대해서도 모두 설명하며 성매매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어째서 합법화될 수 없는지에 대해 독자가 따라올 수 있는 속도의 흐름으로 짜여있습니다. 성매매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구성되고 연구와 통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며,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친절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의 신간 <상식의 블랙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매매가 가능하다고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성매매가 된다." 이미 우리 일상에 성매매가 포진되어 있어 감각이 무뎌졌지만 성매매는 현장에 있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여성들까지도 위협합니다. 사회가 모든 여성을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성매매를 하고,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모든 여성을 상품으로 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또한 성매매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여성 개인이 '쉽게 버는 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여성에게는 왜 가장 가난한 순간 또는 돈이 필요한 순간에 성매매라는 선택지가 쉽게 주어지며 온 사회가 그것을 정말 그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인지. 바로 그곳에 의문을 던져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당신도 모르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젊은 비장애인 여성'이 떠오른다고 해도 그건 당신만의 탓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성매매에 뛰어드는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6장의 제목은 '더 나은 길에 서다.'입니다. 우리는 더디지만 늘 그랬듯 천천히 나아가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성매매가 만연하니 합법화로 다스리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뒤엎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읽고 배워야 합니다. 당신 안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전복하고, 우리 사회에 성매매를 반대하는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 성착취 구조를 전복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