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를 읽고




상담팀 서주혜



저는 이제 입사한 지 갓 1년차가 된 신입이고,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지원하여 탈성매매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피해상담소의 종사자로서, 여성의 몸이 돈으로 거래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일하고 있습니다. 입사 후 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제게는 이해되지 않는 궁금증들이 생기곤 했습니다. “이렇게 젊고 아직 직장도 없는 여성들이 대체 어떻게 이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상담하면서 만난 내담자들 중 대다수가 제 2, 3금융권을 포함하여 신용카드 부채, 휴대폰 미납금 등 많은 빚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레이디 크레딧]을 읽으며 그러한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레이디 크레딧]은 저자가 오랜 기간 성매매 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질적, 양적 연구를 진행하여,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되도록 하는 경제적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무차별 대출과 성매매를 둘러싼 부채 관계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 책입니다.이 책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기 전후 업주와 여성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선불금 등의 채무에서부터,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가씨 대출’ 등의 은행 시스템을 지나, ‘텐프로’ 등 여성의 몸에 가치와 순위를 매기고 이를 담보로 한 ‘미래 수익’을 기반으로 무차별적인 대출을 권유하는 업소들까지,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입시키고 이에 얽매이게 만든 경제 구조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 4장이었습니다.4장에서는 현대 젊은 여성들이 맞닥뜨린 경제적 어려움과, 막대한 채무를 진 채 스스로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여성 채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종사자로서 마주하는 대다수 내담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책의 앞 장에서부터 세밀하게 짚어 온 성 산업 경제 구조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여러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한 여성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현 노동시장에서 취업률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는 문제와, 학력이 높지 않은 여성들의 노동 가치가 매우 낮게 평가되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의 민주화’로 인해 일정한 수입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이 젊은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입시키는 주 요인으로 꼽힙니다.


과거의 성매매 형태에서 업주가 여성들이 벌어오리라 기대되는 수익을 보고 선불금을 지급했듯이, 현재는 금융 업계가 ‘업소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특화된 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대출을 권유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기도 합니다. 업주가 주었던 선불금과는 달리, 신용 대출은 불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금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금전을 융통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미리 얻은 자유’를 통해 그녀들은 돈을 모아 대학원을 가거나 집을 사는 등의 계획을 세우며 성매매로 유입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돈을 벌어 스스로 탈성매매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곧 미리 얻은 자유에 대한 ‘상환’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여성들은 기대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재여성화’되기 위한 수많은 꾸밈 비용을 지출하면서 수입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여성들이 담보로 한 ‘몸’의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여성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됩니다.


‘업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대출 상품이 있고, 이들을 주 타겟으로 대출을 권유하는 브로커들이 있다는 것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돈을 많이 벌어오리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겠지요.이는 또한,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수요가 아주 많다는 것, 그래서 남성들이 업소를 자주 찾을 것이고 결국 그 돈을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벌어올 것이라는 점을 돈을 굴리는 금융업계에서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흔히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면 ‘돈을 쉽게 벌려고’ 성매매 일을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성매매 된 여성들이 ‘초이스’ 되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과, 아프거나 힘들어서 결근하여 빠지게 되는 비용, 신체적, 정신적 피해의 치료를 위해 드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경제구조 안에서 “신용의 민주화”를 통해 금융권이 약자를 착취하고 있는 실체를 들여다보게 되면, 빈자이자 약자 계층에 속한 여성들이 얼마나 힘없이 이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성매매 산업의 ‘화대’ 외에 여성들은 어떤 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가. 우리는 왜 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자원’을 가지면 성매매를 그만둘 것이라고 가정했는가?”라고 질문합니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 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성매매피해상담소의 종사자로서, 수요를 따라 움직이는 경제 구조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성매매 피해의 경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담원으로써 보다 더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경제 구조의 분석을 통해 성산업의 실태를 보다 면밀히 파헤칠 수 있는 책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