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0 시민활동단 왓칭유 활동 후기




성매매가 당연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며




2020 시민활동단 왓칭유 이정민




“너무 위험하지 않아?” 반성매매 시민활동단 왓칭유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걱정했다. ‘성매매’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뭔가 위험하고 퇴폐적인 것. 무엇보다도 ‘나’와는 절대 관련 없고 되도록 엮이지 않아야 좋은 것.

첫 과제로 성매매 의심 업소 현장 조사를 나갔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사전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그 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에어라이트, 네온사인, 화려한 간판, 붉은 조명 등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고작 집에서 15분 거리, 나의 일상의 공간에 폭력과 착취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그 동안 보지 않으려 했기에 몰랐을 뿐 성매매는 단 한 번도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던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직접 성매매를 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항상 내 주변에 존재했다.


왓칭유에는 나이나 성별, 직업 등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성매매는 문제적’이라는 인식과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었다.그동안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지만 항상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 책을 덮고 한 발짝 더 나아가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왓칭유에서는 가능했다.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주로 온라인으로 만나야만 했지만, 직접 의심 업소를 조사하고 신고하거나 반성매매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참여와 실천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었다. 캠페인 기획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때도 신선했다. 참여자들을 또 한 명의 반성매매 활동가로서 진지하게 바라봐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활동가 선생님들의 존중과 배려, 전문적인 교육에 힘입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올해는 캠페인 실행에 제약이 많았지만 언젠가는 이 아이디어들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


10회기 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왓칭유 활동은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제 길거리에서 성매매 의심 업소를 전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가거나 마트를 가면서, 심지어는 친구들과 놀러갈 때도.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 속의 폭력과 착취의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어쩌면 모르는 편이 더 편했을 지도 모른다. 내 일이 아닌 척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으니까. 눈이 닿는 곳이 모두 불편하다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왓칭유에서 배운 대로 업소들을 발견하면 굳이 사진을 찍고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려 하고 있다. 원하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신고한다. ‘프로불편러’가 되어버렸지만 나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가능한 더 많은 사람이 이 불편함을 느끼길 바란다. 성산업과 성착취가 당연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