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수자의 사기행각, 언제까지 삭제해줄 것인가?




상담팀 이우진




우리 사회에서는 ‘성매매’라는 단어가 쉽게 통용되고 있지만, 이 언어가 주는 위화감이 존재합니다. ‘여성이 도구’가 되어 성매수자가 제공하는 ‘돈’과 같은 동일한 ‘거래의 객체’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무자비한 인권의 현주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매매’라는 단어를 갖다 붙여 여성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의 객체인냥 취급하면서 이를 상호간 매매하는 두 당사자를 성매매 행위자로 모두 처벌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허울 좋은 규정상 성매매는 불법이기에 두 객체인 ‘여성’과 ‘돈’은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게 됩니다.이에, 성매매 현장에는 여성에 대한 명백한 착취와 피해사실이 존재함에도 피해자가 삭제되기 일쑤입니다. 성매매 상황에서 여성은 착취의 객체이자 거래의 주체가 되어 본인이 착취당하여도 본인이 처벌받는 구조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지점이 성매수자가 성매매 여성을 금전을 이용한 착취의 표적으로 삼기 쉬운 이유입니다. 성매수자들은 사기로 여성을 속여 성적 착취와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수법 또한 다양합니다. 성매수자는 금전을 제공할 것으로 여성을 꾀어 성을 착취한 뒤, 그 대가로 주기로 한 돈을 줬다 강제로 빼앗거나, 훔치거나, 돈을 주지 않고 도주하기도 합니다. 돈을 곧 주겠다고 하며 각종 핑계를 대고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거나, 그대로 잠적하기도 합니다. 또한, 곧 갚을 것이니 돈을 빌려달라거나, 금전 제공을 위한 수수료 명목이니 먼저 돈을 보내야 한다고 속여 여성의 돈을 더 편취하기도 합니다. 혹은 제공한 돈은 잠시 빌려준 것이니 다시 갚으라고 하며 이자까지 얹어 빼앗기까지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일삼기도 합니다. 성매수자들은 이와같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경제적 손해에 더하여 얼굴 및 몸 사진을 전송받고 잠적, 성행위 불법촬영 및 유포, 성추행, 강간, 각종 협박과 스토킹 등 복합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매수자들


성매수자가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매우 손쉬운 일로 신고에 대한 두려움 또한 낮습니다. 어차피 성매매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니 여성 자신이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신고할리 만무하며, 설령 여성이 용기내어 신고하여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기범죄 쯤이야 쉽게 삭제될 것이고, 신고한 여성도 함께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받을 것이니 억울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이러한 생각이 성매수자의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성매매 여성의 피해신고와 고소 등 법률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순간 확인하게 됩니다.


2019년부터 2020년 5월까지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성매수자에 의한 사기 피해로 상담문의한 사례는 약 25건이었으나, 이 중 피해 여성이 신고 및 고소의 주체가 되어 실제 법률지원까지 이른 사례는3건(12%) 에 불과했습니다. 88%에 이르는 여성이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입니다.이에 주원인은 첫째, 신고 당사자인 여성 본인에 대한 인지수사의 두려움, 둘째, 성매수자에 대한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실례로 성매수자가 성관계 전에 돈을 준 이후 태도가 돌변하여 강압적인 성관계를 갖고, 이후 폭언을 하며 돈을 빼앗아 도주하는 상황에서 피해 신고한 여성은 결국 성매수자와 동일한 성매매 혐의 피의자로 입건되었습니다. 센터에서 수차례 신고 당사자인 여성에 대한 인지수사를 진행할 것이면 피의자에 대한 사기 혐의도 인정하여 수사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항변하였으나 거부되었습니다. 이러한 실정이니 성매수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뻔히 드러내놓고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하여 착취를 지속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대범하다 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사기관은 피해 당사자인 여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인지 수사를, 성매수자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수사 태도를 취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상황에서 금전을 편취당한 여성이 피해 신고하여도 수사기관은 ‘그랬거나 어쨌거나 그냥 성매매’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여성의 피해에 대해서는 도무지 들으려고도 인정해 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성매매 여성이 피해상황에서 목숨에 위협을 당하고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는 등,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여성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로써 성매수자의 여성에 대한 금전 편취와 같은 범죄혐의는 쉽게 삭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매수자 사기혐의 처벌은 불가능한가?


그러나 성매수자의 사기 혐의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2001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부녀가 상대방으로부터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성행위를 하는 약속 자체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그러나 사기죄 객체라 되는 재산상의 이익이 반드시 사법상 보호되는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지 아니하고,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의 대가는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므로, 부녀를 기망하여 성행위 대가의 지급을 면하는 경우 사기죄 성립한다(대법원 2001.10.23.선고 2001도2991 판결).”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03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2심에 불복한 피고인의 상고심에서 피고인이 “성행위의 대가 상당액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성행위 관련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기죄에서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 처분행위 및 보호법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2.13.선고 2013도14242 판결 참조)”라고 상고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성매수자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에서 피해신고 당사자인 여성에 대한 인지수사를 하는 적극성만큼만 성매수자의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해준다면 충분히 성매수자 범죄혐의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성매수자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만이 성매매 여성을 향해 만연해 있는 사기 등 각종 간악한 범죄를 막고, 여성이 거래의 객체로 취급받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줄 수 있을 것입니다.




피해를 소리내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는 여성이 거래의 객체로 취급받고 수사기관마저 성매수자와 같이 여성에 대한 혐오적 태도를 지속하고 있는 현실에 한계를 느끼며 분노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 굴복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에, 현재 수사기관이 보이고 있는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인지수사와 대조되는 성매수자에 대한 관대하고 소극적인 수사태도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여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법률대응을 하는데 뜻을 모으게 되었습니다.현행 법제도의 한계로 여성에 대한 인지수사라는 위험부담을 모두 덜어낼 수는 없으나, 더 이상 여성이 인지수사라는 두려움에 숨어 성매수자들의 착취에도 가만히 숨죽이고 살지 않도록 적극적인 신고와 법률대응을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법률자문을 구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신뢰관계인으로 조사에 동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를 소명하고 여성에 대한 인지 수사를 최대한 방어하는 한편, 성매수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의견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피해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피해라 말할 수 있게 되고, 성매수자의 범죄행각이 함부로 삭제되지 않도록 의미 있는 선례를 만들고, 이러한 판결을 모아 수사기관에 끊임없이 알리며 항변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조금 더 목소리 높여 우리사회에 알리며 성매수자들이 손쉽게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추악한 범죄를 행하지 못하도록 강력처벌을 촉구하고 잘못된 수사절차와 법 제도를 바로잡는데 힘을 보탤 것입니다.


피해여성과 그들의 피해사실이 함부로 삭제되지 않고, 성매수자의 범죄행위가 적극적인 수사로 제대로 입증되어 정의롭고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함께상담센터는 끝까지 성매매 피해 여성과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