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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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왓칭유’ 시민활동가로서 활동하면서 성매매와 관련하여 접한 이야기는 성구매 남성의 업소 후기나 성판매 여성의 피해경험에 그쳤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 경험이 없는 남성들의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 책은 내게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의 필자들은 성매매를 ‘남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맨박스(Man Box)에 갇힌 남성들은 사회적∙경제적은 물론, 성(性)적으로도 서로의 우위에 서고자 그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또 얼마나 황홀한 성 경험을 했는지가 남자다움의 척도 중 하나이다. 특히 남성문화를 극단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휴가 동안 성 구매를 하는 남성들도 다수이다. 타인의 신체와 권리를 착취하는 섹스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다움의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남자들에게 필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외친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내가 만난 한 독자는 성매매의 정의와 관련하여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면서 나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필자들과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매매를 성욕 해소와 정복욕 표출을 위해 ‘몸을 사는 것’으로 인식하고 항상 그 과정과 결과에 섹스만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독자에 의하면, 남성은 성적 욕망뿐만이 아니라 ‘보살핌 받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에 성 구매자가 된다고 한다. 성 구매 남성은 성 판매 여성에게 연인처럼 달콤하게 대해주는 ‘감정노동’과 어머니처럼 씻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돌봄노동’ 또한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 타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돈만으로 성욕 해소와 더불어 감정/돌봄노동을 제공받을 수 있으니 성매매는 ‘가성비’ 좋은 소비활동일 것이다. 책에서 묘사된 남성문화와 이를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 성매매는 남성집단에서 터부시되는 관계성에 대한 욕구를 손쉽게 충족해줄 수단이자, 기존의 남성성을 재구성하는 것보다는 고착시켜 젠더 불평등을 유지 및 재생산하는 제도로 정리할 수 있다.


 


또 다른 독자의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성매매 합법화와 비범죄화에 대해서도 논의해보았다. 풍선효과를 들먹이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네덜란드와 독일은 합법화 이후 그 정책의 목적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성매매 시장이 확대되었고, 성 판매자는 근로자로 존중 받기는커녕 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며, 학대∙착취∙인신매매 등 젠더기반폭력이 악화되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반면 우리는 스웨덴식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즉 성 구매자는 처벌하지만 성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물론 우리나라의 남성중심적∙여성혐오적∙(성 구매 남성을 처벌하려면 ‘평등하게’ 성 판매 여성도 처벌하라는) 기계적 성평등을 고집하는 문화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할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이 지적한 성매매와 남성문화의 연관성이 매우 흥미로웠던 것처럼, ‘과거 성구매 경험이 있으나 더 이상은 하지 않는 남성들’의 이야기 또한 듣고 싶다는 생각을 나누며 독서모임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크게 깨우친 것은 우리가 성매매를 넘어 그와 얽힌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문제들로 대화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나라 남성의 약 50%는 평생 한 번 이상의 성 구매 경험이 있는 것인지, 어떤 사회경제적 구조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 6위(2015년 기준)의 성매매 시장 규모를 갖게 된 것인지, 더 나아가 그 다른 절반의 남성들은 어떤 연유에서 성을 구매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면 우리나라는 성매매 근절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