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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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리아


여성혐오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유저가 노년 여성 성구매 후기 게시글을 업로드하며 여성의 나체 촬영물을 자신이 촬영한 것인 양 꾸며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의 특성상, 해당 일베 유저부터 원본을 촬영하고 유포한 범죄자까지 다 잡을 즈음 이미 그의 촬영물은 퍼질 대로 퍼진 후였다.


 


놀랍게도 이와 같은 성구매 후기 게시물은 굉장히 흔하다. 게시물 속에 등장하는 성매매 여성이 할머니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을 뿐이다. 성매매를 통해 무엇이 팔리는지, 구매자가 정확히 무엇을 사는지 아직 확답할 수 없으나 나는 무슨 상품이든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순간 이렇게 구매 후기 작성 등의 행위가 뒤따라오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 안다.


 


육체와 분리된 어떤 성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만이 거래되는 경우가 오늘의 현실에서 성립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고 했을 때, 몸 자체에 대한 구매 후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만약 성립 가능하다고 가정해 보아도 무형의 서비스 또한 엄연한 물건으로 경영자의 품질관리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품목이며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부분인데, 정말 그 ‘상품’을 그런 방식으로 다뤄도 별문제가 없을까?


 


새로운 사이버성폭력 유형을 처음 인지할 때마다 매번 그래왔듯 성구매 후기 문화의 실태를 접했을 때도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지만, 그의 의지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포 당하는 성매매 여성들뿐만 아니라 직접 자신의 몸 사진을 올리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손님에게 후기 작성을 장려하는 여성 또한 생겨나는 모습을 보며 지금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로 정리해 보았다. 성매매 시장의 상품, 혹은 상품 판매자는 후기 작성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소위 ‘박카스남’ 사건이라 불리는 이번 종묘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지원에 함께했다. 유포 가해자에 의해 업로드 된 피해 경험 여성의 촬영물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특별한 즐길거리를 얻었다는 듯 유독 즐거워하는 가해자들의 태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기사 사진에 피해촬영물이 그대로 사용되어 기사 삭제 요청을 해야 하기도 했다. 성매매에 동의했으니까. 이 정도로 가까이 찍힌 걸 보면 촬영에도 동의한 것 같으니까.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후기 작성에도 동의하는 것이어야 하니까.


 


후기 없는 상품은 주로 품질이 좋지 않아 인기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후기 작성이 거부 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촬영과 후기 작성을 강경하게 금지하고 항의한다 해도 그것은 후기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고 대상에 대한 나쁜 평가, 즉 악성 후기를 생성해 장사에 타격을 준다. 디지털기기나 사이버공간에 대한 부족한 지식, 적은 수요로 인한 절박함 등 여러 층위에서 더 약한 판매자나 상품일수록 소비자의 행동을 제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뭔가를 구매해서 좋은 상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광고할 때나 그러한 효과를 얻었을 때 후기에 올리는 사진은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셀카 등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반면 물건에 집중할 때, 소유함을 자랑하고 싶거나 “나 이거 먹었어.”라는 기록을 남길 때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들을 찍게 된다. 현재 생산 되고 있는 것은 성구매 후 만족한 고객의 셀카가 아니라 여성의 몸이다.


 


사진 속 사람들을 먹었다고 표현하는 후기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삭제지원자의 일상이다. 이번 지원 중 우리는 다양한 여성의 신체 부위, 어떤 여성이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펼쳐진 테이블 위에서 노년 성매매 여성이 어느 자리에 놓였는지 목격했다. 그 사건의 피해경험자는 일흔네살이라고 했다. 촬영물을 처음 접했던 날, 최초 유포된 후기 게시물에 동의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그 자리에 없었던 내가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었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 사진을 찍힌 순간, 유포된 순간이 오기 전의 삶에서는 74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그 위치에 가게 되는 동안, 그에게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