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6번째, 꿈꾸는 활동가의 이야기
2025년 3월
Vol. 16
이웃집 활동가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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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ame%$님
올해의 첫 이웃집활동가에서는 반성매매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된 꿈꾸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활동가의 10년의 이야기가 누군가에는 반성매매 활동의 첫 시작이 되길.
봄의 초입에 이웃집활동가로 인사드립니다.

혼자 걷지 않는 세상


꿈꾸는 활동가

반성매매 활동의 시작[내가 바라본 세상]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성매매예방캠페인을 참여하였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지역 내 성매매 실태를 설명할 때 ‘학교 주변에는 성매매 업소가 없다.’ 문항에 자신 있게 손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 모교 반경 1km 이내에 많은 성매매 업소가 있고, 지역 내 유명한 업소 거리였답니다.
성매매에 무지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고, 그날을 계기로 저는 확고한 꿈이 생겼습니다.
성매매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 존재하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여성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임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때부터 대학 내 여성복지팀에 가입하여 ‘성매매예방캠페인’과 ‘성매매인식개선교육’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내 성매매피해상담소의 슈퍼비전을 받으며 고등학교에서 성매매 예방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성매매의 실태, 역사, 구조, 법의 한계를 설명하고 성매매 해결 방안을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시 알선자 및 성매수자의 강력 처벌을 주장했던 청소년들이 지금도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대학교 내에서도 ‘반성매매’ 단어를 참 많이 외쳤던 것 같습니다. 성매매 없는 세상을 바란다고 말할 때면, “넌 이상적이야, 그럼 좋겠지만 없어질 순 없어.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선 불가능해”라는 답변을 듣곤 했는데요.
제 설득에 한계를 느끼며 더 많이 배우고, 알리고, 피해여성의 삶을 실직적으로 돕고 싶어 졸업 후 성매매피해상담소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성매매 피해지원 상담원의 삶[내 아픔을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
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3년간 상담원으로 근무 후, 다시함께상담센터 현장지원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집결지 현장방문 상담, 법률·의료·심리상담 등 지원,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란 성매매가 영업의 1차적이고 주된 목적인 업소가 10개 이상 밀집한 지역을 뜻합니다. 누군가는 그곳을 땅값이 비싼 곳, 빨리 정비 되어야 할 곳, 빨간 불빛이 켜지는 곳, 혹은 나와 관련 없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혐오적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고요.
저에게 집결지는 인권 유린과 성착취 피해가 드러나 있는 아픔의 공간이자, 우리와 같은 사람이 생존하는 곳입니다. 집결지를 방문하여 여성들의 고민과 삶의 여정을 듣다 보면, 그 끝에는 언제나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집결지를 일터나 생활하는 곳이 아닌 생존하는 곳이라 표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담자를 지원하며 벅찬 삶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 삶의 끈을 놓고자 하는 사람, 놓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람,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꿈꿨던 상담원의 모습은 내담자의 어려움을 멋지게 해결해주는 사람이었는데, 현실은 법과 지원의 한계에 부딪혀,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눈앞에 놓인 문제에 절망하며 삶을 포기하고 싶은 내담자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더는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내담자와 수없이 통화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상담원 역할에 회의를 느끼던 시기에 내담자가 말했습니다.
지금 죽어도 내가 죽은 이유를 누가 알아줄까 생각했는데 내 얘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에 혼자가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함께 일어섰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나 현재는 새로운 삶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는 그때 상담원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내담자의 곁에 서서, 삶의 안정을 위해 함께 걷는 사람

 
2년간의 현장지원팀 활동은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3년 진행했던 자연친화도시탐방 프로그램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바닷길을 걷고, 밤에는 스파클라 폭죽을 흔들며 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단어를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나비를 쓰기로 했습니다. ‘나비는 여성들이 현장지원팀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스파클라를 힘껏 흔들며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함께 했던 여성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길 바라봅니다.

[2023년 자연친화도시탐방 중 참여자들과 함께 만든 나비’]

저는 올해부터 상담팀으로 부서를 이동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로 인해 복합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고, 센터 홍보 및 사각지대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안내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 3개월 차라 부족함도 많습니다. 변종 성매매 업소들의 다양성에 놀라고 새롭게 등장하는 성착취 피해 유형들에 머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더욱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성매매 알선자와 업주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여성들을 착취하는데, 정작 우리의 법과 지원 체계는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성매매 피해는 단순히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넘어 금전 사기, 강간 등 추가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등의 많은 범죄들과 얽혀있습니다. 단 한 번의 성매매 경험도 하지 않길 당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피해 경험이 삶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팀에 근무하며 복합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들의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각 분야 전문가와 논의하며, 사회복지시설에 연계하는 등 종합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적어보았지만, 이곳에서도 여성들의 삶의 안정을 위해 함께 걷는 중이랍니다.
반성매매 활동 마지막 지점[내가 바라는 세상]
반성매매 활동의 마지막 지점은 어디일까요? 성매매가 인권 유린이자 성착취임을 인정하는 사회, 성매매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세상, 성매매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강력히 처벌받고 재범하지 않는 사회, 대가를 약속하며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 않을까요? 이는 제가 바라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반성매매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길을 걸을 때는 10년 후면 세상이 많이 변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매매 피해 지원기관과 시민들의 반성매매 활동이 혼자 길을 걷고 있는 여성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 또한 지금처럼 성매매 없는 세상을 꿈꾸며 활동할 것입니다.

 
우연히 이 글을 접한 성매매 피해 여성이 있다면, 좋아하는 노래 가사로 작은 메시지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땐 다시함께상담센터로 연락주세요!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비바람을 마주해야 할 때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도,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예람워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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