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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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사는 여전히 흐르고,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민활동가 왓칭유 활동가 하나



왓칭유의 첫 활동에서 마주한 흑백사진 속 과거의 영등포는 융성한 도시였다. 공장, 술집 등이 밀집한 번화가였고 근처에 있는 미군 부대의 군인들과 영등포 시민들이 섞여 광장을 이루는 이름하여 근대도시였던 곳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휘영청 멋진 건물들과 거대한 영등포역이 새로 들어서고 영등포는 발전했다.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20세기 초에 처음 들어섰던 영등포의 성매매 업소들은 사라지지 않고 되레 몸집을 부풀려 집결지의 형태를 이루었다. 쪽방, 휘파리 골목, 유리방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단단히 자리 잡았다. 왓칭유의 활동이 영등포를 주 무대로 하여 진행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나 역시 가족이나 친구들과 타임스퀘어에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도 유리방의 존재를 몰랐다. 낮이면 커튼이 즐비하게 쳐진 긴 골목을 지나쳐서 타임스퀘어 입구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 길을 지나면서도 그것이 성매매 업소인 줄 몰랐다. 그건 분명 나와 다른 삶에 놓인 사람들의 그늘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었을 것이다.



왓칭유 활동 중 성매매와 거리두기캠페인 활동은 이러한 역사와 현안을 가장 잘 녹여낼 수 있는 영등포에서 진행되었다.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구성해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욱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영등포와 성매매의 역사, 비단 개개인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훨씬 더 구조적인 성매매의 거시적인 문제까지 모두 성매매와의 거리 두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척 깊은 인상이 남았던 활동은 성매매라는 거대한 구조적 문제 속 이득을 취하는 이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남겨보자는 캠페인 활동이었다. 잘 알고 있는 수혜자인 성 매수자와 성매매 업소 업주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인 성매매 업소의 건물주와 성매매 알선 포털 사이트의 제작자, 운영자가 큰 수혜를 보고 있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민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



문화도시 영등포에서 발간한 <기억하는 마음>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가 도시에서 사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내심 불편했던 그곳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 뿐, 그 안에 묻힌 이야기를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멀리 있지 않다. 20208월 기준 하루에 무려 25만 명 이상의 유동 인구가 발생하는 영등포역 근처에도 유리방이라는 성매매 집결지가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출처: 상가정보연구소)



출근길, 퇴근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같은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곳 바로 옆에 모두가 감추기에 급급한 어떤 역사와 어떤 기억이 있다. 영등포의 어떤 역사는 여전히 흐르고, 영등포의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매매 집결지의 존재를 직면하여, 성매매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열어보고, 실제 성매매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 그리고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