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등포성매매집결지 토지주&건물주 고발을 함께 하며



법무법인 한림 형장우 변호사



다시함께와 함께한 10년



A : 변호사님은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세요?

B : 아…. 네, 저는 ‘성매매’를 전문으로 합니다.

A : 네? 아! 성매매로 걸린 남성들 빼주는, 그런 일 하시나보네요.

B : 아, 그게 아니고 성매매로 재산적, 신체적 피해를 보고 있는 여성들 쪽을 변호하는…

A : 아….



두 말 할 것도 없이 위에서의 B는 본인이다. 사건 파일을 뒤져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 성매매와 관련한 파일을 찾아보니 가장 오래된 파일이 2011년 2월 23일 위 센터 내 상담공간에서 강원도 홍천 티켓다방 일을 하던 여성 두 분을 상담한 후 작성한 것이었다. 그러니 아마 그 무렵 또는 위 시점보다 약간 앞선 시점 어딘가에 이 바닥(?) 일을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무슨 인권이니 하는 거창한 생각과 신념에서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니었고 개업을 하기는 했는데 사건은 그리 많지 않던 차에 동기 누나 변호사의 권유로 시작했던 일이 어언 10년을 넘어가고 이제는 말 그대로 전문분야가 되어 버렸다.



다시함께에서 만난 의뢰인들



그동안 다시함께상담센터와 그 외 성매매와 관련한 여러 상담소들에서 수 많은 여성들의 사연을 접했고 서울, 경기, 강원권의 여러 경찰서와 법원 등을 다니며 여성분들이 재산적·신체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었다. 물론 센터와 상담소 선생님들의 협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가끔 생각해본다. 그분들은 지금 다들 잘 살고 있을까? 사건이 잘 해결되었든 그렇지 않았던 간에 성매매와 관련하여 인연을 맺었던 의뢰인(?)들과 계속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뢰인들 입장에서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해서 잊고 싶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변호사를 다시 찾고 싶진 않을테니.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사건들은 이미 결혼하여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을 상대로 수 년 전 업소에서 생긴 선불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들이었다. 결혼한 여성에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그러한 소송, 증거라고는 여성 본인의 기억만이 존재하는, 그래서 법정에서 오래 전 기억을 꺼내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런 소송을 제기하는 업주 등을 나는 가정파괴범이라 여기며 재판에 임했었다.



성매매 업소/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 고발, 그 중심에 서다?



몇 년 전에는 ‘밤의 전쟁’으로 대표되는 소위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자리 한 가운데에도 서 보았는데 최근 필리핀에서 사이트 개설자 등이 국제공조 등을 통해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역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1,000만 인구가 살아가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는 집결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청량리, 영등포, 천호동, 미아리 등이 그곳인데, 성인남녀라면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누구나 그곳에서 불법 성매매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없어지지 않았던 이와 같은 장소들이 최근 재개발 등을 이유로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최근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는 위 장소 중 한 곳의 집결지에 업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 업소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토지주’ 등을 상대로 성매매장소 제공행위를 이유로 관할 경찰서에 성매매처벌법위반으로 고발을 하였다.



성매매 업주 및 건물주 처벌이 갖는 의미



그 동안에는 주로 성매매업소의 ‘업주’를 성매매알선으로 고발하여 처벌이 진행되어 왔고 건물주나 토지주에 대한 고발은 극히 예외적으로 수사 등이 진행된 바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곳도 아니고 수 십 년 동안 성매매업소로‘만’ 이용되어 왔던 건물과 그 건물이 자리한 토지를 ‘소유’한 소유자들은 자신 소유의 건물과 토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고 이는 성매매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장소제공행위’에 110% 부합하는 행위이다.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집결지 내에 건물과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로 인한 개발이익을 얼마나 갖게 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고 재개발 지역의 지자체 역시 순조로운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그 동안 업주와 건물주의 배를 불려준 여성들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건물주와 토지주는 수 십 년 간 실정법을 위반해 온 사람들이다.



시민과 함께 상상하기



고발을 진행하면서 실제 많은 수의 건물주 내지 토지주들이 성매매처벌법위반으로 처벌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려를 해 본다면 그렇게 끝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사회의 그림자를 끄집어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인권이 가장 처절하게 무시되어 왔던 장소, 자신이 갖고 있는 건물과 토지에서 그러한 일들이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을 “실정법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그러질 않아서 오히려 어색하게 보일 뿐….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고발의 결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